전쟁과 예술 - 우크라이나, 상처 위에 피어난 예술

War and Art: Ukrainian Art Blooming on Wounds — 전쟁과 예술 - 우크라이나, 상처 위에 피어난 예술

전쟁의 상흔 위에서 발레리나의 몸짓이 생동하고 합창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진가 김상훈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삶을 다시 이어주는 예술의 힘을 찾았다.

사진 * 김상훈
* 김상훈(KISH KIM)은 1989년 우리나라 시위 현장을 시작으로 911 뉴욕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집트 반정부 시위 등 분쟁과 무력 갈등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사이언스〉 〈타임〉 〈뉴스위크〉 〈슈피겔〉 등에 사진을 실었고 사진집 〈가자전쟁, 미로의 벽〉 등을 펴냈다. 현재 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9월 개인전 <전쟁과 예술 - 우크라이나, 상처 위에 피어난 예술>을 열었다.

2025년 7월 9일과 10일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이 있었다. 9일에는 최소 75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이, 10일에는 최소 4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이 날아왔다.
밤새 대규모 공습이 지나간 다음 날 오전, 키이우 시내에 피어오르는 포연.
전장에서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 내부 부속이 마치 절규하는 얼굴과 꺾인 팔다리처럼 보였다.

2025년 7월, 나는 다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세 번째 방문이었다.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수도 키이우에는 거의 매일 공습 경보와 폭발음이 울렸다. 시내 곳곳에서는 화재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습이 끝나면 사람들은 방공호에서 나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친 몸, 두려움이 스친 눈빛, 슬픔이 묻은 얼굴. 하지만 예술을 즐길 때 그들의 표정과 눈빛은 분명 달라졌다.

키이우 외곽, 한 사립학교의 서머스쿨에서 요가 수업 중인 어린이.
키이우 외곽, 한 사립학교의 미술 시간, 과즙으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드론 공격으로 중상자가 나온 키이우 한 주택에 남은 혈흔
공연 전 연습 중인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발레리노.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은 전통과 기량면에서 세계 정상급 발레단이고, 지금은 단순한 예술 단체를 넘어 국가 정체성과 저항,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예술은 단순한 취미나 유흥이 아니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는 시간이자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무너진 벽 위에 그려진 그림은 도시의 상처를 가렸고, 광장의 음악과 춤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평온을 주었다. 아이들은 과즙으로 그림을 그리며 웃음을 되찾았고, 오페라 가수들은 공습 경보가 끝나자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를 이어갔다.
그들의 몸짓과 노래, 그림에는 스스로를 회복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우리는 삶을 놓지 않는다”는 몸짓이었다. 전쟁이 삶을 멈추게 해도, 예술은 다시 삶을 이어주는 고리가 되었다.

전쟁 초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이르핀 중앙 문화회관
전사자 추모 시 낭송회에서 전사한 두 아들(사진)을 기리며 시를 낭독하는 시인 어머니
전쟁 초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이르핀 중앙 문화회관.

나는 전쟁을 보았지만 동시에 삶도 보았다. 드론과 미사일과 대공포가 날아다니는 곳에서도 지켜낸 웃음, 무너진 건물 위에 피어난 색, 절망의 밤을 넘어 울려 퍼진 노래와 춤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찍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전쟁 속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과 함께 하는 동안, 나 역시 전쟁의 두려움과 촬영의 피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키이우 주민 커뮤니티 합창단의 합창 연습.
공원에서 민속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키이우 독립광장에 마련된 전사자 추모 공간. 4년 가까이 진행된 러-우 전쟁 사상자 공식 집계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력 언론사와 서방 정보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양측의 사상자는 최소 1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키이우 독립광장에 마련된 전사자 추모 공간.
우크라이나 국립오페라단 공연 전 오케스트라 피트를 내려다보는 소년.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공연 전 백스테이지 풍경.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독립 기념비와 노을.
2007년 결성된 인디 록 밴드 비비안 모트(Vivienne Mort)의 보컬 다니엘라 자이우슈키나(Danielle Zayushkina) 공연.
공원에서 운동 삼아 춤을 추고 있는 노인들.
광장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청년. 현재 전쟁중이라 계엄령인 우크라이나 에서 18세부터 60세까지의 남자는 징병 대상이다.
키이우 독립광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전사자를 추모 중인 청년.
드론 공격으로 중상자가 나온 키이우의 한 주택에서 전기를 차단하고 있는 전기공들.
키이우 커뮤니티 미술 모임.
공연 전 화장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립오페라단 프리 마돈나.
우크라이나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발레리노 연인의 공연 전 키스.
우크라이나 국립오페라단 공연 중 인터미션.
우크라이나 상징인 해바라기와 함께 키이우 전경을 찍는 한 시민.
미국의 예술가 트렉 선더 켈리(Trek Thunder Kelly)가 전쟁 초기 이르핀 주변에서 파괴된 자동차들 위에 그린 우크라이나 상징,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