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무이네 48시간 여행
48 hours in Mui Ne — 베트남 무이네 48시간 여행
예로부터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다 휴식을 취하고 일찍이 러시아에서 온 배낭 여행자들이 모래 위 캠핑과 서핑을 즐기곤 했다는 베트남의 어촌 마을 *무이네. 이곳이 베트남의 해변 휴양지로 사랑받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던 48시간.
글 박진명
취재 협조 베트남항공
* 베트남의 수도 호치민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 정도 달리면 무이네에 이른다. 2023년 4월 말, 호치민과 무이네가 있는 판티엣(Phan Tiet) 지역을 잇는 ‘판티엣-여우저이(Dau Giay)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소요 시간이 1시간 30분가량 단축됐다.
첫째 날 9:00 포사이누 참탑
무이네라는 지명에는 몇 가지 유래가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는 베트남어로 ‘비바람이 들이치지 않는 곶’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찾을 수 있다(무이네는 베트남어로 곶(Mui)과 숨다(Ne)의 합성어다). 이름처럼 태풍을 막아주는 모래 사구, 무사태평한 바다, 천천히 번져가는 파문처럼 느리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이네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포사이누 참 탑(Po Sha Inu Cham Tower)이다.
무이네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 탑은 바다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며 힌두교의 시바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베트남에 남아 있는 참파(Champa) 왕국의 중요한 유적지로 꼽힌다. 베트남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참파족이 이곳에 정착한 역사는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2세기부터 독립된 도시국가 연합을 형성한 참파 왕국은 현재의 베트남 중남부와 캄보디아 일부 지역을 다스렸는데, 무이네를 포함한 판티엣 지역(Phan Thiet)도 이에 속했다. 참파 왕국은 인도 문화를 수용해 힌두교를 믿었고, 당시 세운 힌두교 사원 중 하나가 포사이누 참탑이다(참파 왕국은 1832년 베트남 왕국에 완전히 흡수됐다). 참파 음력으로 1월 1일, 이곳에서는 나라와 민족,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카테(Kate) 축제가 열린다. 1,000년도 더 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무이네의 강렬한 태양을 피하며 붉은 벽돌로 세운 사원을 정면으로 마주선다. 탑을 이루는 벽돌 사이사이 복원된 흔적, 빛 바랜 힌두교 조각상, 아직도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참족의 후예를 바라보며 천년 전 이곳의 풍경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해본다.
매일 오전 6시 45분~오후 5시 30분
Phu Hai, Phan Thiet City
11:00 느억맘 박물관
베트남에서는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피시 소스를 느억맘(Nuoc Mam)이라고 부른다. 소금에 절인 생선으로 만든 이 조미료는 ‘베트남 요리의 영혼’이라고 여겨진다. 큰 나무통에 여과기 역할을 하는 쌀겨를 깔고 겹겹이 소금을 쌓은 후 멸치나 새우 등의 작은 생선류를 넣어 만드는데, 6개월~1년 간의 발효 과정을 거쳐 농축물이 쌀겨를 통과하면 비로소 느억맘이 완성된다. 반쎄오(Banh xeo), 월남쌈, 생선 튀김과 같은 베트남 전통 요리에 딥핑 소스로 활용하기도 하고, 볶음밥이나 베트남식 프라이드치킨, 쌀국수 등에 감칠맛을 더하는 향신료로 활약하며 각 지역 음식의 고유한 향과 맛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포사이누 참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느억맘 박물관(Fish Sauce Museum)에서는 대표적 느억맘 생산지 중 하나인 무이네의 역사를 소개하고, 옛 어부가 사용한 배와 그물, 소금 채취 바구니, 느억맘 제조 과정을 재현한 조형물과 밀랍 인형 등 고색창연한 옛 기물을 전시하고 있다. 시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맑은 호박색을 띄는 원액 한 방울을 음미해본다. 우리나라의 액젓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더 짜고 단맛이 적다. 이 진하고 깊은 맛의 소스를 물에 희석한 후 라임이나 홍고추 등을 기호에 맞게 넣으면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식 피시 소스가 완성되는 것. 박물관 내 자리한 매장에서 시음한 느억맘을 구입할 수 있다.
매일 오전 8시~오후 5시
360 Nguyen Thong, Phu Hai,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13:00 참 가든 레스토랑
야자수와 용과나무에 둘러싸인 정원이 아름다운 리조트 참 빌라(Cham Villas). 이곳을 찾은 이유는 리조트 내 자리한 참 가든 레스토랑(Cham Garden Restaurant)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전통 요리부터 서양식 메뉴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데, 리조트 투숙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레몬그라스와 칠리를 곁들인 소고기 볶음, 촉촉한 라이스 페이퍼에 각종 채소와 허브, 돼지고기, 새우 등을 돌돌 만 고이 꾸온(goi cuon), 달짝지근한 느억맘에 찍어 먹는 바삭한 새우 튀김 등으로 배를 가득 채운다. 식사 후에는 식당과 바로 연결된 함티엔 해변(Ham Tien)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겨보자.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은 선택. 고운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 덕분에 패러글라이딩의 천국으로 꼽힌다.
2만 동부터
매일 오전 8시 30분~오후 10시
32 Nguyen Dinh Chieu, Quarter 1,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16:00 RD 와인 캐슬
RD 와인 캐슬(RD Wine Castle)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건설 회사 중 하나인 랭동(Rang Dong)의 대표 응우옌 반 동(Nguyen Van Don)이 설립한 와이너리다. 응우옌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도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와인 애호가다. 나파 밸리에서 받은 영감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자국의 휴양지 무이네에 와인 셀러를 오픈한 것이다. 자국민도 수준 높은 와인과 미식 문화를 향유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와인 캐슬에 들어서면 중세 유럽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물과 정원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보관 중인 20만여 병의 와인은 모두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것. 햇빛과 습도, 온도 등 자연 조건을 모두 미국 기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공간 내부는 석회암 광산에 터널을 뚫어 와인 셀러를 만든 몰도바(Moldova)의 와이너리를 콘셉트로 꾸몄다(동유럽에 자리한 몰도바는 오랜 와인의 역사와 전통, 고유의 기술과 토착 품종으로 독창적인 와인을 만드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수도 키시너우(Chisinau)에는 석회암을 채굴하던 광산으로 만든 와이너리 2곳이 있는데, 긴 와인 숙성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 긴 와인 숙성 터널 끝에는 우아하고 호화로운 장식품으로 가득한 동유럽풍의 대형 시음실이 있다. 나파 밸리의 자연이 빚은 빈티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한 잔을 들이키는 순간, 무이네의 습한 더위 따윈 금세 잊힐 것이다.
입장 티켓 13만 동, 와인 시음 체험 15만 동(와인 3잔 시음)
Vo Nguyen Giap Street, Phu Hai,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18:00 더 클리프 리조트&레지던스
무이네의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 좋은 럭셔리 리조트가 즐비하다는 것.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대부분의 리조트에는 조용한 독채와 깨끗한 수영장이 마련돼 있고 걸어서 3분이면 해변에 닿는다. 완만한 경사면 꼭대기에 위치한 더 클리프 리조트&레지던스(The Cliff Resort and Residences)는 바이다옹디아 해변(Bai Da Ong Dia Beach)을 마주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다. 지중해풍으로 꾸민 객실 타입은 베드룸, 방갈로, 콘도, 옥상, 빌라 등 총 12가지로, 여행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유연하게 구성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조용하고도 럭셔리한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방갈로 가든뷰를, 혼자서 아늑하고 소소한 여행을 목적으로 왔다면 베드룸 타입의 아줄 오션뷰를 선택하면 된다.
190만 동부터
Zone 5, Phu Hai, Ward/5 Nguyen Dinh Chieu, Phu Hai, Phan Thiet City, Binh Thuan 80000, Vietnam
둘째 날 6:00 하얀 모래 언덕
이른 새벽, 무이네의 독특한 자연경관 중 하나인 하얀 모래 언덕(Doi Cat Trang)으로 향한다. 무이네에는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붉은 모래 언덕(Doi hong)과 일출 포인트로 유명한 하얀 모래 언덕, 2개의 사구가 있다(붉은 모래 언덕은 리조트 단지에서 차로 5~6분 거리면 닿는다). 사실 이 작은 어촌 마을이 유명해진 건 모래 언덕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이곳을 ‘사막’으로 알고 있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사막처럼 광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사막이 아니라 사구니까. 바람으로 운반된 모래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언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오히려 경이롭게 느껴질 것이다.
북동쪽으로 24킬로미터 떨어진 하얀 모래 언덕 위에 도착하니 일출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프와 쿼드 바이크가 사람을 태우고 사구 곳곳을 누비는 풍경이 펼쳐진다. 지프에 몸을 싣고 놀이기구라도 탄 듯 짜릿한 환호성을 지르며 경사가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니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호수 바우짱(Bau Trang)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 호수라는 뜻을 가진 바우짱의 진가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4~5월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이 무렵 호수 주변에 색색의 연꽃이 피어 짙푸른 호수와 무성한 초목이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Hoa Thang, Bac Binh District, Binh Thuan, Vietnam
10:00 피싱 빌리지
무이네 마을과 해변 리조트 사이에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목도할 수 있는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가 자리 잡고 있다. 넓게 펼쳐진 바다에 바구니를 닮은 배가 빼곡히 떠 있고 해안가에서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손질하거나 판매하는 어민들로 가득하다. 사방에 퍼진 바다의 비릿한 냄새를 비집고 그들의 틈으로 들어가본다.
둥근 모양의 배는 접안 시설이 없고 수심이 얕은 무이네 앞바다에서 이동이 용이하도록 만든 전통 어선으로, 베트남어로 카이뭄(Chai Mum)이라 불린다. 원래는 대나무로 만들지만 요즘엔 플라스틱 소재의 카이뭄이 주를 이룬다고. 피싱 빌리지에선 주로 갈치, 오징어, 꽃게 등을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한 해산물로 즉석에서 식사도 가능하다.
7 Huynh Thuc Khang, Ham Tien Ward,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15:00 요정의 샘
장소를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붉은색의 토양이 자주 눈에 띈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과 그 지류가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땅은 붉은색이다. 아주 오래 전,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붉은 현무암이 오랜 풍화를 겪으며 검붉은 흙이 되었고, 미네랄이 풍부한 메콩강 덕분에 토양은 더욱 붉고 비옥해졌다.
동양의 ‘리틀 그랜드 캐년(Little Grand Canyon)’이라 불리는 요정의 샘(Fairy Stream)은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기이한 모양의 석회암 절벽과 붉은 모래가 이뤄낸 장관으로 유명하다. 작은 폭포가 있는 핵심 스폿까지 이동하려면 절벽과 모래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붉은 토양을 촉촉히 적시는 개울을 마주하니 이곳을 왜 요정의 샘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무이네에서 1년 내내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것은 요정의 마법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으리라. 이름에 얽힌 또 다른 설로는 모래 언덕이 마치 긴 머리를 가진 여자의 모습처럼 보여 요정의 샘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맨발로 발목까지 오는 깊이의 물살을 가르며 자박자박 걷는 동안, 고운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발이 모래 깊숙이 빠지는 구간도 지난다. 물속을 걷는 게 자연스러워졌을 때쯤 고개를 들어보니, 손을 대면 무너져 버릴 듯한 붉고 고운 흙 무덤, 듬성듬성 자리한 원시림, 하얀 사암 절벽 등 비현실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장면 속 붉은 토양과 샘물 그리고 강렬한 태양은 베트남 남부를 삼모작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무이네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이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로 보이기 시작한다.
40B Huynh Thuc Khang, Ham Tien Ward,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
18:00 비스타 레스토랑
무이네의 바다가 아낌없이 주는 호사를 마지막까지 실컷 누려본다. 더 클리프&리조트 내 비스타 레스토랑(Vista Restaurant)은 해산물 요리 전문 음식점으로, 투숙객의 조식을 책임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스프링롤, 느억맘이 들어간 새우 샐러드, 베트남식 커리 볶음밥이 차례로 나오고, 메인 메뉴인 해산물 전골 라우타(Lau Tha)가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내며 등장한다. 무이네식 샤브샤브라고도 불리는 라우타는 각종 채소와 해산물을 새우와 바다 가재 머리로 낸 육수에 익혀 먹는 국물 요리다. 그중 가장 인상깊은 식자재는 삭힌 청어. 홍어와 비슷한 모양새지만 톡 쏘는 맛을 지닌 홍어와 달리 청어는 그저 고소하다. 큰 바나나 잎에 한가득 담긴 채소와 해산물을 보고 있으니, 이 지역의 풍부한 자연과 식자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라우타 42만7,000동
매일 오전 6시 30분~오후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