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와 함께하는 2023 아세안 건축 여행
2023 ASEAN Architecture Tour —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와 함께하는 2023 아세안 건축 여행
캄보디아로 떠나는 아세안 건축 여행
Cambodia
뉴 크메르 양식의 모더니즘 건축부터 현대적 고층 빌딩과 경기장까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동시대의 캄보디아의 건축을 만나는 여행.
글 : 이기선
제작 협조 : 한-아세안센터
캄보디아인에게 크메르 제국은 어떤 의미일까? 한때 동남아시아 전체를 아우른 영광의 과거, 건축 양식, 정체성, 긍지의 근원. 캄보디아가 근대기 독립 국가로서 정체성을 새로 마련해야 했을 때, 그들은 크메르로 눈을 돌렸다. 독립 후, 막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온 젊은 건축가 완 몰리완(Vann Molyvann)에게 시하누크 국왕(King Sihanouk)은 캄보디아의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임무를 맡겼다. 15년 동안, 몰리완의 주도로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곳곳에 새로운 캄보디아를 대변하는 건축물이 들어섰다. 당시 유럽에 유행하던 모더니즘과 크메르 양식을 결합한 건축물에선 과감한 선만큼 자신감이 엿보인다. 프놈펜 도심, 짝또목 극장(Chaktomuk Conference Hall)에는 크메르 사원 지붕을 재해석한 지그재그 패턴을 적용했고, 부채 모양 지붕에는 크메르 양식 첨탑을 접목했다.
몰리완의 작품 중 백미로 꼽는 것은 올림픽 경기장(Olympic Stadium)이다. 경기장 파사드는 노출 콘크리트, 기하학적 형태 같은 브루털리즘 양식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는 앙코르와트에서 볼 수 있는 해자와 조화를 이룬다.
프놈펜에서 크메르는 여러 방식으로 기억된다. 크메르 양식의 왕궁과 실버 파고다(Silver Pagoda), 언덕 위 불교 사원 왓 프놈(Wat Phnom)처럼 말이다. 이곳에는 프놈펜의 유래가 얽혀 있다. 수백 년 전, 프놈펜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펜(Penh)이라는 한 여성이 강물에 떠내려오는 나뭇조각을 주웠다. 나뭇조각 안에는 불상 4개와 비슈누상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그 상을 모시기 위해 지금의 언덕과 왓 프놈을 세웠다고 한다.
뚝뚝(Tuk Tuk)으로 프놈펜 시내를 달리면 이질적 풍경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20세기 초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한 트메이 시장(Psar Thmei)의 거대한 돔,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 법한 아르데코 양식 왕립 기차역, 의류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 팩토리 프놈펜(Factory Phnom Penh), 새로 지은 고층 빌딩에 들어선 로즈우드 프놈펜(Rosewood Phnom Penh)까지.
특히 로즈우드 프놈펜의 37층 바 소라(Sora)는 ‘더 월즈 50 베스트 바’와 협력해 매달 세계 각국 믹솔로지스트를 초대한다. 캔틸레버 구조로 지탱하는 바의 테라스에선 아까 지나친 건축물과 톤레삽강이 모형처럼 내려다보인다.
프놈펜 주변 지역으로 떠나면 더 다양한 크메르 유산을 만나게 된다. 앙코르와트뿐 아니라, 당시에는 왕의 사후 거처로 여겨진 사원이 캄보디아 각지에 들어섰다. 프놈펜 인근 따케오(Takeo)의 프놈 치소르(Phnom Chisor)는 앙코르와트보다 앞선 11세기에 지었다. 크메르 사원은 땅과 물, 해가 뜨는 방향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새벽에 언덕 위 사원에 오르면, 인공 호수가 자리한 평야 너머로 해가 뜨는 몽환적 풍경을 볼 수 있다.
따케오를 지나 남쪽으로 더 달리면 후추 산지이자 항구 도시 캄폿(Kampot)에 도착한다. 프놈펜처럼 캄폿의 건축 지형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캄보디아 남부, 110여 킬로미터로 뻗은 담레이산맥(Damrei Mountains), 일명 코끼리산맥은 캄폿에 이르러 끝난다. 20세기 초 프랑스인이 이곳에 지은 산악 휴양지 보커 힐 스테이션(Bokor Hill Station)은 수십 년간 폐허였다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중이다. 모더니즘, 아르데코, 팔라디안 양식이 뒤섞인 르 보코르 팰리스(Le Bokor Palace)는 최근 호텔로 다시 문을 열었다.
시내에 남아 있는 숍하우스 중 어느 건물은 현대적인 카페 아티장 캄폿(Artisans Kampot)으로 다시 태어났다. 캄폿 시내를 돌아본 뒤에는, 산맥과 강 사이에 자리 잡은 앰버 캄폿(Amber Kampot)의 빌라 숙소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오늘날 캄보디아의 크리에이티브한 건축 디자인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 회원국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3월 13일에 설립했다.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아세안 건축 여행
Indonesia
인도네시아의 중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 자바에서 과거의 건축과 오늘의 건축을 찾다.
글 : 이기선
제작 협조 : 한-아세안센터
대서양과 인도양 사이, 동서로 5,000여 킬로미터 뻗은 1만7,000여 개 섬이 인도네시아를 이룬다. 그 중심은 자바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자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곳이다. 복잡한 인종, 문화, 종교, 언어, 생태만큼 인도네시아의 건축 지형 또한 다채롭다. 오늘날 도시 자카르타의 기원은 북부 구도심 코타 투아(Kota Tua)로 꼽는다. 17세기 네덜란드인이 설계한 격자 형태 도시다. 그 중심인 파타힐라 광장(Fatahillah Square)에는 자카르타 역사 박물관, 와양 박물관, 카페 바타비아 등 근대 유럽 양식 건축물이 모여 있다.
자카르타 시가지는 여기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확장해갔다. 독립 기념탑 모나스(Monas)가 위치한 므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은 현대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장소다. 인근의 이스티끌랄 모스크(Istiqlal Mosque)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자 인도네시아의 아이콘. 종교적 관용을 표현하고자 신고딕 양식의 자카르타 성당이 바라보이는 현 위치를 선정했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현대 예술의 성지로 떠오른 건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살리하라 아트 센터(Salihara Arts Center)는 자카르타에서 가장 오래된 복합 예술 공간. 갤러리, 레지던시, 공연장 등 건물 여러 동으로 이뤄진다. 단일 재료 사용을 추구하는 안드라 마틴(Andra Matin)을 비롯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현대 건축가들이 각 건물을 설계했다.
“자카르타가 예술의 판매지라면 욕야카르타는 예술이 만들어지는 공장이라고들 해요.” 현대 예술 갤러리 상크링 아트 스페이스(Sangkring Art Space)의 공동 운영자 제니 비 미 웨이(Jenni Vi Mee Yei)가 말한다. 욕야카르타의 한갓진 주거 지구 니티프라얀(Nitiprayan)의 논밭 가운데 자리한 이 갤러리는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고 한데 모으는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자바 중부의 고도 욕야카르타는 두 아이콘, 보로보두르 사원(Borbodur Temple)과 프람바난 사원(Prambanan Temple)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의 단일 불교 유적인 보로보두르 사원은 약 1,000년 전에 분화한 므라삐산의 화산재로 뒤덮였다. 이후 수백 년간 주민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래플즈 경이 발굴했다. 200만여 개 돌이 이루는 만달라, 보로보두르 사원은 방문자가 직접 경험해야 하는 건축이다. 부처의 생애를 부조로 새긴 회랑을 거닐고, 불상 사이에서 명상하면서 말이다. 이 유적을 바라보는 아만지우(Amanjiwo) 리조트는 보로보두르 사원에서 영감을 받은 곳으로, 세계적 불교 건축물에 대한 오늘날의 응답 같다.
욕야카르타 북동쪽, 동남아시아 최대의 힌두 사원인 프람바난 사원은 10세기경 지었다. 가장 중요한 시바(Shiva) 사원을 비롯해 224개 사원으로 이뤄지는데, 역시 므라삐산 화산 분출 때 파괴된 뒤 지금도 복원 중이다. 이곳에는 악마가 하룻밤만에 1,000개 사원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구도심에는 인도네시아에 남은 유일한 술탄이 거주하는 왕궁, 수백 년 전 술탄이 노닐던 타만 사리(Taman Sari), 수백 년 된 주거 지구 코타그데(Kotagede)가 자리한다. 자바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코타그데는 지금도 욕야카르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있다.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 회원국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3월 13일에 설립했다.
베트남으로 떠나는 아세안 건축 여행
Viet Nam
도로와 골목 그리고 물길을 따라 수백 년의 삶이 펼쳐져 있는 베트남에서 융합의 문화와 건축을 바라보다.
글 : 이기선
제작 협조 : 한-아세안센터
천년 된 불교 사원과 성당, 전설이 전해오는 호수와 지속 가능 공법을 적용한 건축물이 공존하는 도시. 베트남의 천년 고도, 하노이를 읽는 한 가지 방법은 길이다. ‘포(Pho)’로 시작하는 하노이의 도로는 여러 층위로 이루어진다. 하노이 오페라하우스(Hanoi Opera House)가 자리한 로터리는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다. 신바로크 양식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대로가 사방으로 뻗고, 가로수와 바로크 양식 건물이 늘어서 있다. 19세기, 하노이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중심 도시가 되었고, 근대 유럽 도시와 같은 대로와 건축물이 들어섰다. 하노이 사람들의 삶은 이를 뼈대 삼아 펼쳐져 왔다. 오늘날에도 대로에서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아기자기한 가게와 삶의 장면이 빼곡하다.
호안끼엠호 근처의 성요셉 성당(St. Joseph's Cathedral)은 세 도로가 맞닿는 곳에 자리한다. 성당 광장을 둘러싼 건물은 대부분 카페, 식당으로 운영 중이다.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연유를 넣은 카페 쓰어다(Ca Phe Sua da)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노라면 하노이와 파리 중간 어딘가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길은 은유로도 기능한다. 동북아와 동남아가 접하는 지정학적 특징 탓에 베트남, 특히 북부의 중심 도시 하노이는 오랜 세월 문화가 교차하는 길목이 되었다.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인도차이나 양식 건축 같은 융합의 문화는 그렇게 생겨났다. 인도차니아 건축 양식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양식을 혼합한 스타일로, 20세기 초 베트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달했다. 그 백미로 꼽는 꿔박 성당(Cua Bac Church)은 신르네상스 양식 프레임에 베트남과 크메르 양식 기와 지붕을 얹었다. 강한 햇살과 비를 막고자 회랑 위로 지붕이 넓게 드리운다.
하노이에서는 정해진 틀보다 삶의 필요를 우선하는 생명력 내지 실용적 태도가 돋보인다. 거리는 식당도 되고 시장도 된다. 이런 문화는 오랜 역사를 지닌다. 그중 36거리는 수백 년 전, 베트남 각지 상인이 모여 이룬 길드에서 비롯했다. 실제 36거리의 골목 개수는 70개가 넘는데, 거리마다 다룬 품목은 지금까지도 거리 이름으로 전해진다. 대나무 거리인 포 항 쩨(Pho Hang Tre), 종이 공예 거리인 포 항 마(Pho Hang Ma)처럼 말이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튜브 하우스, 이른바 냐 옹(Nha Ong)에서도 하노이다운 생명력이 엿보인다. 폭이 좁고 안으로 깊게 뻗은 건축 구조는 밀도 높은 도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달했다. 대개 1층 전면은 상업 공간, 위층은 주거 공간. 이곳 주민들은 필요에 맞게 집을 고쳐가며 대대로 살아왔다.
튜브 하우스에 들어선 카페에서 이 건물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카페 포꼬(Cafe Pho Co)는 스피키지 바처럼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닌다. 옷 가게 뒤편 통로로 들어가면 오토바이가 주차된 중정이 나온다. 좁은 계단과 복도를 따라 건물 안으로, 위로 이리저리 파고들 때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공간이 나타난다. 중정을 내려다보는 테라스, 우아한 티 룸, 빼곡한 지붕 너머로 호수가 바라보이는 옥상까지.
"두 강 사이"라는 뜻의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길은 물길이다. 지금도 남중국해에서 홍강을 거슬러 올라 하노이까지 선박이 진입한다. 강은 지금껏 호수를 낳고, 벼와 연꽃과 나무를 키우고, 도자기를 만들기 좋은 흙을 빚어냈다. 홍강 유역, 수백 년 역사의 도자기 마을 밧짱(Bat Trang)에서 이 흙은 전통 기와뿐 아니라, 밧짱 도자기 박물관(Bat Trang Pottery Museum) 건물의 협곡처럼 휘어진 파사드로 모습을 달리한다.
하노이가 수도가 되기 전, 고대 수도는 홍강 삼각주의 닌빈(Ninh Binh)에 자리 잡았다. 호아루(Hoa Lu) 사원 유적, 동서양 건축이 결합된 팟디엠 성당(Phat Diem Cathedral)은 석회암 지형과 어우러져 닌빈의 고유한 풍경을 이루며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맞이한다.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 :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 회원국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3월 13일에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