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원도심 여행법
충남 공주를 살아보듯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
The method of trip in Gongju — 공주 원도심 여행법
계룡산 산자락이 걸쳐 있고 금강이 가로지르며 가는 곳마다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시. 서울을 출발해 기차로 1시간, 버스로 1시간 30분이면 닿는 공주에서 하루 또는 1박 2일 동안 살아보듯 여행하는 몇 가지 방법.


공주의 첫 인상을 결정지을 점심 식사 장소로는 ➊곰골식당을 골랐다. 오래된 한옥에서 생선구이와 숯불돼지석쇠구이를 선보이는 곳. 노릇노릇 하게 구운 생선에 어묵조림, 미역줄기무침, 콩나물 무침, 두부조림 등 식당에서 직접 만든 밑반찬까지 푸짐한 상차림에서 공주의 인심이 느껴진다. 숯불에 구워 불향이 매력적인 짭쪼름하고 쫄깃한 석쇠구이 역시 밥도둑이다.
곰골식당에서 ➋제민천까지 도보로 3분. 원도심에서는 어디를 가든 제민천을 거치지 않는 법이 없다. 제민천은 공주 금학동에서 발원해 금성동의 금강을 유입되는 4.2킬로미터의 생태하천이다. 제민천변 양옆으로 공주목 관아, 충청감영 등 고려와 조선 시대의 주요 관청부터 공주시청, 공주고등학교, 공주여자고등학교, 공주의료원 등의 공주의 근대를 연 주요 시설까지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다. 교육의 도시라 불리던 공주로 유학 온 하숙생이 자리를 잡은 곳도 제민천.


제민천을 걷다 보면 마을과 잘 융화된 웅장한 건물이 나온다. 공주 지역의 문화를 개발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로컬 기업 마을호텔이 운영하는 ➌카페프론트다. 건물 전체를 호텔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는 1층에 있다는 이유로 ‘프론트’라는 이름을 얻었다. 공주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고 지역에서 나는 밀로 디저트를 만든다. 프론트 옆에는 본래 수선집이었던 구옥을 고쳐 문을 연 카페 및 전시공간 ‘수선집’이, 건물 3층에는 동네 책방이자 지역 출판사 ‘블루프린트북’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반죽교를 건너 죽 걷다 보면 중동사거리가 나온다. ➍중동성당에 닿기 위해 가파른 빨간 벽돌의 계단을 올랐다. 중동성당은 공주를 대표하는 성당이자 이 지역 최초의 성당이다. 중세 고딕 양식의 성당은 최종철 마르코 신부가 서울의 약현성당을 모델로 직접 설계했으며, 1998년 충청남도 기념물 제142호로 등록되었다. 성당 내부는 주일 미사 시간(매주 토요일 오후 4시, 5시 30분,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만 개방한다.
해가붉어지면 ➎공산성으로 발길을 서두르자. 마을 전체가 노을로 물드는 풍경을 놓치긴 아쉬우니까. 공산성은 백제 시대의 수도 공주를 지키던 산성으로, 조선 시대까지 지방 행정의 중심지였다. 2.2킬로미터 길이의 성벽 둘레를 따라 걸어보자. 성문을 들어가 왼쪽으로 걷다 보면 금강이,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공주에 도착하면, 이 지역 최초의 성당인 ➊중동 성당으로 향해 공주의 과거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1937년 중세 고딕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이다. 중앙 현관의 높고 뾰족한 종탑, 아치형 문과 창문 에선 한국의 고전적인 멋과 우아함이 느껴진다. 공주 지방의 천주교 역사는 1801년 신유박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훈 베드로가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1784년, 충남 천안 출신 이존창 루도비코에 의해 공주에도 천주교가 전파 되기 시작했다. 신유박해 때 이존창은 성당에서 서북방향으로보이는 ➋황새바위에서 순교했다. 오늘날 이곳은 천주교 순교 성지로, 충청남도 기념물에 지정돼 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공주 감영에서 순교한 이들은 신원이 밝혀진 신자만 해도 248명에 이른다고 전한다.


최근 구옥의 매력을 살려 멋스럽게 변신한 카페, 개성 넘치는 독립 책방, 게스트 하우스,갤러리등이 ➌제민천을중심으로 들어서며 공주의 원도심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금은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휴식처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하천이지만, 제민천의 부흥은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악취가 날 정도로 방치되고 있었던 제민천을 구한 건 다름 아닌 공주 주민들. 하수도를 정비해 오수의 유입을 막고, 제민천 상류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저류지, 습지, 침전지 등을 만들어 정화된 물을 흘려 보냈다. 물길 옆에 산책로도 조성했다.


제민천변에 늘어선 상점들 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페인식 타파스바 ➍08001 바르셀로나. 운영자가 스페인에서 거주할 때 경험한 다양한 식문화를 펼쳐놓은 공간이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그리움으로 만든 와인바 에는 스페인산 와인이 주를 이루며, 제철 과일, 햄이나 치즈 종류를 가득 넣은 플래터가 대표 메뉴다. 문화 유산의 도시 공주에 왔으니 한옥 게스트하우스 ➎봉황재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겠다. 삐그덕거리는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잘 관리해놓은 마당과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반긴다. 세월을 알려주는 천장의 서까래 아래에서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것이다.


노을 질 무렵의 공산성도 좋지만, 이른 아침의 ➏공산성은 잠들었던 몸과 정신을 깨우기에 제격이다. 성문 넘어 조성되어 있는 공원에는 달리거나 산책하러 나온 주민들로 가득하다. 여행의 낭만은 대낮에 마시는 맥주가 아닌가. 공주의 로컬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땐 ➐풀꽃카페로 향해 보자. 정성스레 말린 꽃잎차 뿐만 아니라 공주 수제 맥주 양조장 바이젠 하우스의 제품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맛보는 것이 가장 맛있는 법. 금강, 밤 등 공주를 상징하는 요소가 담긴 맥주에는 공주처럼 아름다운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양조장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공주는 일제감정기에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약 330년간 충청도의 중심지였다. 1923년 개관한 ➑옛공주읍사무소는 당시 흔적이 남아 있는 근대 건축 유산. 충남금융 조합연합회 회관으로 사용되다 공주읍사무소, 공주시청이 차례로 거쳐갔고 이후 민간에게 매각되었다가 2008년 공주시가 다시 매입하면서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1층에서 건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2층에는 읍사무소를 재현한 포토존과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주를 기념하는 특별한 선물을 찾고 있다면, ➒곡물집을 방문해보자. 곡물집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토종 곡물을 발굴하고 수집해 지속 가능한 먹거리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그로서리 카페. 같은 건물 위층에는 문학 전문 독립 서점 데시그램북스가 자리해 있다. 곡물집 마당에서는 건강한 식문화, 미식의 즐거움 등을 주제로 한 전시나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도 하니 방문 전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