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제도의 활화산
Active Volcano In Canary Islands — 카나리아 제도의 활화산
활화산을 찾아 라팔마, 테네리페, 란사로테, 3개의 섬을 가다.
글・사진 박신우
박신우 작가는 후지필름의 글로벌 스폰서 프로그램 ‘GFX Challenge Grant Program 2021’ 한국 대표다. 지난 4월 말, 프로젝트 〈숭고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활화산 여행〉을 위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 약 4주간 화산섬을 찾아다니며 활화산 풍경을 기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9월 30일 후지필름 글로벌 사이트에서 선공개되었고 11월 도쿄 미드타원 후지필름 스퀘어에서 사진전이 열렸다.
라 팔마 La Palam
2021년 라팔마섬의 중앙에 위치한 쿰브레비예(Cumbre Vieja) 활화산이 분화했고, 용암은 서쪽 해수면까지 흘렀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이 용암으로 뒤덮이며 섬 서쪽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섬 면적은 708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약 8만5,000명이 거주한다.
활화산 주민의 삶이 궁금해졌는데 인터넷에선 쉽게 검색되지 않았다. 왜 이사 가지 않고 활화산 주변에 사는지, 활화산이 무섭지 않은지, 화산재가 날리면 빨래는 어떻게 하는지, 분화가 시작되면 어떻게 대피하는지, 무엇부터 챙기는지, 활화산 지역에 살아서 얻는 이득은 무언지, 활화산에서 데이트하면 연인을 향한 사랑이 더욱 커지는지 등등. 궁금한 것을 죽 적어놓고 보니 이건 경험해본 사람만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답을 알 수 없으니 방법은 직접 가보는 것 뿐.
분화 3단계 이상의 활화산 지역은 곳곳을 통제한다. 이번에 방문한 모든 곳이 분화 3단계에 속한 지역이라 활화산 정상 분화구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근처까지 접근해 유황가스를 맡으며 여전히 진행 중인 분화를 관찰했다. 활화산이 분화할 때 창조한 파괴적인 풍경은 이 지역만의 묘한 매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 활화산은 분명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그러나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살아냈고 여러 형태의 삶을 일구고 다양한 문화를 유지, 발전해왔다.
테네리페 Tenerife
카나리아 제도의 주도로,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섬이다. 섬 중앙에 위치한 테이데(Teide)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다. 수십 만 년 전 발생한 분화로 4,000미터를 훌쩍 넘던 산의 높이는 3,715미터로 낮아졌고, 지름이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칼데라가 형성됐다. 활화산과 그 일대는 현재 테이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란사로테 Lanzarote
카나리아 제도의 섬들 중 한국인이 느끼기에 가장 이국적이다. 제주도의 오름과 같은 기생화산이 섬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 1800년대 분화로 형성된 티만파야 국립공원 (Timanfaya National Park)은 섬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 전세계에서 유일한 활화산 와이너리 라헤리아(La Geria)도 여기에 속해 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혼의 성장은 도시에서의 비꼬인 충동들을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이 자연에 가서 쉼을 얻는 게 지금이야 너무 당연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보면 비교 적 최근의 일이다. 도시가 생기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으로 향하기 시작했으니, 대략 18세기 쯤부터다. 18세기와 현재의 도시 규모와 기능을 비교해 보면 당시의 도시는 도시 같지도 않다는 생각 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도시에 사는 이들은 자연을 갈망한다. 왜 그럴까. 내 생각은 이렇다. 육체의 건강 회복과 뒤엉킨 내면 세계의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영혼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오늘날에는 자연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대자연을 마주한 뒤 뒤엉키고 비꼬인 충동이 알아서 제자리 를 찾거나, 내면 세계의 질서가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조화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활화산은 어떨까? 직접 마주하고 보니 활화산은 언젠가 반드시 터지고야 마는 해결되지 않은 깊은 불안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산의 분화는 꽉 막힌 무언가가 뚫리는 느낌이었다. 격분하는 활화산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내면 세계의 질서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