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말라마 하와이 : 하와이 아일랜드

One Week with Mālama Hawai‘i — 일주일간의 말라마 하와이 :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의 자연과 사람, 문화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지속 가능한 여행, 1말라마 하와이를 경험하다

글 표영소
사진 신규철
취재 협조 하와이관광청 www.gohawaii.com/kr
취재 협조 하와이안항공 www.hawaiianairlines.co.kr

1 하와이관광청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하와이어로 ‘배려하다, 돌보다’는 뜻의 하와이어 ‘말라마(Mālama)’에 담긴 의미대로 하와이의 자연과 문화, 사람을 배려하는 여행을 제안한다.

지속 가능한 만타레이 스노클링

© 신규철

카우나오아 베이(kaunaʻoa Bay)는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보기 드문 백사장 해변을 품고 있다. 고운 모래밭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고, 리드미컬하게 밀려드는 파도는 더없이 잔잔하다. 물가에 머무르던 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뜰 무렵, 해변 한쪽에 작은 무리가 형성된다. 2‘만타레이와 함께 달빛 수영(Manta Ray Moonlight Swim)’을 즐기려는 이들이다.
만타레이 애드버킷츠(Manta Ray Advocates)에서 운영하는 만타레이 투어는 하와이 아일랜드 내 여느 업체가 제공하는 액티비티와 다르다. 섬 내에 만타레이 관련 액티비티 전문 업체는 50여 개에 이르는데, 하나같이 모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투어를 진행한다. 배 주위로 조명을 밝혀 플랭크톤을 모으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이를 먹기 위해 접근해온 만타레이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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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만타레이 옹호자’인 마르티나 윙(Martina Wing)은 이런 방식에 반대한다. “우리는 만타레이를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만타레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릴 거예요.” 요란한 모터 소리를 내며 접근하는 대신 해안가에서 직접 헤엄쳐 만타레이 출몰 지점까지 갈 예정. 이런 투어가 가능한 것은 카우나오아 베이 끝자락에 만타레이 포인트(Manta Ray Point)가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하와이 아일랜드 서쪽 해안의 만타레이 관찰 스폿 3곳 중 하나인 이곳은 만타레이가 먹이를 먹으러 주기적으로 찾는 장소다. “이 신비로운 해양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에요. 참가자의 연령과 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스노클링 유경험자에게만 추천하는 이유는 준비된 사람만이 이 투어의 의미와 진정한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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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한쪽, 비치 클럽에 모여 장비 착용법부터 수중 의사 소통, 안전 수칙까지 꼼꼼하게 익히는 사이 해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르티나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밤바다로 들어간다. 의지할 것이라곤 머리 위 보름달과 앞사람 등에 달린 안전 조명의 파란 불빛이 전부인 탓일까. 마치 중대한 임무를 맡은 정예 요원이라도 된 진지한 기분이다.
만타레이 포인트 주변을 둥둥 떠다닌 지 30여 분. 몇 년 전 시애틀 샌환 제도(San Juan Islands)에서 고래 관찰 투어에 참여했다가 끝내 고래를 보지 못한 기억이 떠오를 때쯤 만타레이 한 마리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다. “와우!” 수중으로 동시다발적 감탄사가 퍼진다. 정작 주인공은 관객의 유무는 안중에도 없는 듯 식사에 몰두한다. 만타레이가 우아한 날갯짓으로 360도 회전하며 코 끝을 스쳐 지날 땐 혹시 방해라도 될까 숨을 한껏 참는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해지지 않는 광경이라는 마르티나의 말은 사실이다. 그녀가 25년째 만타레이의 매력에 빠져 있는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듯하다.

2 수중 촬영가이자, PADI 마스터 다이버 강사, 해양 교육 전문가로 하와이 아일랜드에서 30년간 만타레이를 관찰해온 제임스 윙(James Wing)과 그의 아내 마르티나가 운영하는 업체. 마누아케아 비치 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 가능한 만타레이 관찰 투어를 운영한다.

mantarayadvocates.com

폴롤루 밸리 하이킹

© 신규철

하와이 아일랜드는 도로가 단순하다. 대부분 2차선 도로에, 갈림길도 많지 않아 어디를 가든 웬만해선 직진.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을 나와 270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역시 직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다가 사라지고 고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그러다 갑자기 도로가 끝나는데, 폴롤루 밸리 전망대(Pololū Valley Lookout)에 제대로 왔다는 뜻이다. 평온한 서쪽 해안과 달리 거대한 수직 절벽이 거센 파도를 끊임없이 받아 쳐내고 있는 곳. 뒤로는 울창하게 우거진 계곡이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25~30만 년 전 섬 내 화산 중 가장 오래된 코할라(Kohala)에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해 화산의 일부가 바다에 잠겼다. 폴롤루 밸리는 그렇게 형성된 7개의 계곡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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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만 있다 갈 건가요, 아니면 하이킹을 할 건가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한쪽에 설치된 천막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현지인이 나와 말을 건넨다. 2021년 8월, 하와이관광청(Hawaii Tourism Authority)과 쿠푸(Kupu, 청소년 자연보존 단체)의 지원으로 폴롤루 트레일 스튜어드(The Polulu Trail Steward)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주 목적. 관광객이 몰리면서 무분별한 캠핑과 자연 훼손, 안전 수칙을 무시한 사고 등이 수시로 발생하자 현지 주민에게 ‘관리인’ 역할을 맡긴 것이다.
폴롤루 밸리의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하기엔 전망대가 낫지만, 계곡 아래쪽 검은 모래 해변까지 둘러보려면 하이킹은 필수. 편도 20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트레일 스튜어드’가 경고한 대로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고 바위가 뒤섞인 길이라 결코 만만하지 않다. 아이가 탄 등산용 캐리어를 짊어지고 사뿐사뿐 앞질러가는 하이커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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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바닥에 무사히 닿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50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안착한 검은 해변과 그 너머 야생 그대로인 계곡. 한때 이곳은 하와이 원주민의 거주지이자 칼로(Kalo, 토란) 농사가 번성한 지역이었다. 1940년대 마지막 주민이 떠난 뒤 수십 만 년의 세월을 새긴 화강암과 거목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파도가 높은 해변 대신 숲 안쪽 웅덩이에서 첨벙거리고, 물 만난 강아지가 흥분해 검은 모래 위를 뛰어다닌다. 다음 계곡으로 하이킹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해변 한쪽에 쓰러져 있는 거대한 나무 기둥에 걸터앉아 쉴 새 없이 해안 절벽을 공격하는 파도를 바라본다. 아마도 어마무시한 해풍, 아니면 대단한 파도가 이 나무를 쓰러트렸겠지. 화산도 집어삼켰는데, 나무 한 그루를 굴복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일 바다의 위력을 상상한다. 아, 이제 그만 해변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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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케아 비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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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우나케아 비치 호텔(Mauna Kea Beach Hotel)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그림 같은 카우나오아 베이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반인도 드나들 수 있는 해변이지만, 코할라 코스트(Kohala Coast)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연말 성수기나 큰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를 제외하면 비교적 한적한 편. 1960년대 미국의 사업가이자 자연보호주의자 4로렌스 록펠러(Laurance Rockfeller) 역시 해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일대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하와이 아일랜드 최초의 리조트는 올해로 57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주인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주변 자연과 현지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우선 순위로 삼았던 창립자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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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숙객 중 4~5세대에 걸쳐 이곳을 방문하는 가족들이 꽤 있어요. 옛 호텔 직원의 증손자, 고조손자 역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고요. 방문객과 직원 모두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죠. 다음 50년, 60년까지 이 땅과 바다를 지키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의 총지배인 캔자스 핸더슨(Kansas Henderson)은 말한다.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에 투숙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하와이 아일랜드를 지키는 일에 동참했다고 말해도 좋다. 비영리 환경 단체 자연보호협회(TNC), 하와이랜드트러스트(HILT)와 파트너십을 맺고 객실 1박당 각각 2달러씩 기부하고 있기 때문. 기부금은 호텔이 위치한 코할라(Kohala) 지역에 초점을 맞춘 활동에 사용된다. 물론, 투숙객 입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 대신 무료로 제공하는 텀블러다. 처음엔 객실에 물 한 병 없는 게 마뜩잖게 느껴지지만, 호텔 내 곳곳에 식수기가 설치돼 있는 데다, 하루가 지나도 얼음처럼 차가운 상태 그대로인 물맛을 보고 나면 호텔 안팎에서 텀블러를 손에 놓을 수 없을 것이다.

©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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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전 객실에 리필이 가능한 대용량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호텔에서 제공하던 플라스틱 해변 장난감과 용품은 바다에서 자연 분해되는 대나무 제품으로 교체 중이다. 호텔의 이런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면?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비치 클린업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캔자스가 말한 대로 몇 년 후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변함없이 아름다운 카우나오아 해변을 만나고 싶다면 말이다.

© 신규철

3 공식 명칭은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 오토그라프 컬렉션(Mauna Kea Beach Hotel, Autograph Collection). 999달러부터, :    www.maunakearesort.com

4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을 건설해 카우나오아 베이의 자연을 보존하는 한편, 호텔 북쪽에 위치한 고대 사원 하와이 푸우코홀라 헤이하우(Pu'ukohola Heiau) 재건에 힘쓰는 등 섬의 문화 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에코 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이를 실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