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테마 여행을 말하다

Themed Trips to Japan — 일본 테마 여행을 말하다

팬데믹 이전, 호황과 위기를 연달아 겪은 일본. 과연 팬데믹 이후의 일본 여행은 어떻게 변화할까? 여행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본 테마 여행을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자료 제공 인페인터글로벌 inpainterglobal.com
일본정부관광국(JNTO) japan.travel

숨은 온천을 찾아가는 여행
Theme 1. Hot Spings

인페인터글로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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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역시 온천 여행이다. 화산지대에 속하는 일본은 양질의 천연 온천을 전 지역에 걸쳐 즐길 수 있는 온천의 성지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경험해야 할 ‘진짜’ 온천은 따로 있다. 바로 비탕(秘湯)과 혼탕(混湯)이다. 비탕은 전통을 지키며 자연 속에 숨은 좋은 온천을 말한다. 이를 찾아가면 온천 숙소가 대규모화되기 이전의 소박한 모습을 유지한 천연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탕은 혼탕으로 운영되는 예가 많다. 일본의 온천은 현대적 대중 목욕 시설이 생기기 전, 자연적으로 솟아난 온천을 보양의 의미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함께 이용했다. 그러다가 근대 이후 풍속법이 생긴 후부터 문을 연 온천 숙소는 남녀 구역이 분리됐다. 이런 이유로 혼욕이 가능한 온천은 역사가 매우 오래되고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 자리하며, 천연의 원천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비탕과 혼탕은 도호쿠 지역에 특히 많이 남아 있다. 도호쿠를 가로지르는 오우산맥(奥羽山脈) 의 화산지대에서 빼어난 풍광과 오랜 역사의 온천을 찾아보자. 아오모리현의 스카유 온천향(酸ヶ湯温泉), 아키타현의 뉴토 온천향(乳頭温泉), 이와테현의 하나마키 온천향(花卷温泉)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곳으로 일본의 북알프스라 불리는 나가노현 히다산맥(飛驒山脈)의 시라호네 온천(白骨 温泉)도 추천하고 싶다. 혼탕은 탁한 편이라 물속에 들어가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물이 투명한 경우에는 온천복을 대여해주니 지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박성희, 인페인터글로벌 대표, 〈일본온천여행〉 〈오사카홀리데이〉 〈도호쿠홀리데이〉 등의 가이드북 기획 및 공동 저자

지역 열차 패스를 활용한 기차 여행
Theme 2. 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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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인기 있는 기차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열차 노선이 전국에 뻗어 있고, ‘재팬 레일 패스’의 가성비가 워낙 좋아서 배낭 하나 메고 전국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 이다. 7일권, 14일권, 21일권으로 구분되는 재팬 레일 패스의 사용 기간도 이러한 여행 패턴에 적합하다. 그런데, 기차 여행의 낭만은 즐기고 싶지만 장기간 여행은 부담스럽고 잦은 이동이 번거롭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역 열차 패스다.

지역 패스는 전국 패스와 달리 사용 가능한 지역이 제한되지만, 1일부터 7일까지의 기간으로 짧게 이용이 가능한 덕분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 한국에서 직항편이 연결되지 않는 곳도 지역 열차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도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도쿄 와이드 패스’를 기억해두자. 도쿄에서 기차로 2~3시간 거리의 지역을 갈 수 있는 열차 패스(3일권)다. 이 패스로 세련된 쇼핑 거리가 들어선 나가노현의 휴양지인 가루이자와(軽井沢), 깊은 골짜기에 천연 온천이 펑펑 솟아나는 군마현의 구사쓰 온천(草津温泉), 후지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야마나시현의 가와구치코(河口湖), 호화찬란한 건축 유산을 만날 수 있는 도치기현의 닛코(日光), 압도적인 스케일의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이바라키현의 국영 하타치 해변공원(国営ひたち海 浜公園) 등을 취향과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도쿄를 거점 삼아 이동하기 때문에 큰 짐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직항편으로 연결되지 않는 호쿠리쿠 지방(北陸地方)까지 신칸센이나 특급열차로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는 열차 패스도 추천한다. 호쿠리쿠는 이시카와현, 도아먀현, 후쿠이현을 일컫는데, 바다에 면하면서 일본 북알프스와 가까운 천혜의 자연 환경에, 예로부터 정교한 수공업이 발달한 장인의 고장이다. 도쿄, 오사카와 호쿠리쿠 지방을 연결하는 ‘호쿠리쿠 아치 패스’, 혹은 오사카, 교토, 오카야마 등 간사이 지역과 연계한 ‘간사이 호쿠리쿠 패스’를 이용해 호쿠리쿠를 여행할 수 있다. 7일권이지만, 가격은 같은 기간의 재팬 레일 패스의 절반이라는 점도 지역 열차 패스의 장점이다.

이정선, (前)〈KTX 매거진〉 취재기자, 〈일본기차여행〉 공동 저자

산과 섬으로 떠나는 자동차 여행
Theme 3. Motor Tour

© 허태우
인페인터글로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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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생각보다 넓다. 한국 면적의 약 4배다. 일본을 이루는 4개의 큰 섬 외에도 무수히 많은 섬이 있고, 험준한 산간 지역과 깊고 울창한 숲도 드넓게 분포한다.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만, 구석구석까지 교통편이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지역을 여행할 때 요긴한 교통 수단이 렌터카다.

일본은 대중교통 비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여행 인원이 많을수록 렌터카를 이용하면 여행 경비도 절약할 수 있다. 만약 캠핑카를 렌트한다면 캠핑 등의 레저를 숙박과 함께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일본 전역으로 멋진 자연 속에 캠핑을 경험하기 좋은 사이트가 자리한 덕분에 캠핑카 여행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1,100개가 넘는 국도 휴게소(미치노에키, 道の駅)는 일본만의 장점이다. 이곳에서는 차박도 가능하고, 식자재 구매는 물론, 화장실을 해결할 수 있으며, 곳에 따라 온천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과 다른 운전 스타일과 법규, 즉 우핸들과 우측통행, 신호에 따른 교통법규 등의 허들만 넘으면 미국, 유럽, 호주 등과 다름없는 자동차 여행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렌터카 여행으로 추천하는 첫 번째 지역은 홋카이도. 홋카이도 중부를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로, 궁극의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삿포로에서 출발해 아사히카와를 거쳐 아칸국립공원(阿寒国立公園)과 구시로를 지나 다시 삿포로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광대하게 펼쳐진 산과 평원, 습원을 감상하고 스키, 트레킹 등 사시사철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규슈의 아소산 (阿蘇山) 지역을 추천한다.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와 온천 소도시를 경험하는 코스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구마모토를 지나 아늑한 산속에 자리한 구로카와 온천(黒川 温泉)과 장엄한 화산 옆을 달리는 아소쿠주 (阿蘇くじゅ)가 펼쳐진다. 벳푸나 유후인 같은 유명 온천지를 코스에 추가할 수도 있다.

마지막 추천 코스는 시코쿠와 세토 내해의 섬 여행이다. 인생샷을 남기는 인스타 그래머블 스팟을 찾아가는 코스다.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성(松山城)과 도고 온천(道後 温泉), 고치현에서의 다양한 레저 액티비티 체험, 가가와현의 고토히라궁(金刀比羅宮) 이 포함된 일정이 가능하다. 캠핑카 여행을 한다면 도호쿠를 추천한다. 아오모리에서 시작해 도와다하치만타이국립공원(十和田 八幡平国立公園)을 지나 뉴토 온천향(乳頭 温泉), 시라카미 산지(白神山地)로 연결되는 코스다.

허태우, 〈Pitch by Magazine〉 발행인

숙성 스시 미식 여행
Theme 4. Sushi

인페인터글로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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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면서 미식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본의 음식 문화는 에도 시대와 연관이 깊다. 에도 시대에 대규모 도시 계획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발전이 진행됐는데, 음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분야별로 전문 기술자(쇼쿠닌, 職人)가 생겨난 것이다. 이때 등장한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초밥에 생선살을 올린 ‘니기리즈시’, 채소나 해물을 튀겨낸 ‘덴푸라’, 간장에 조린 장어 요리 ‘우나기 가바야키’, 메밀 면 요리 ‘소바’ 등이 있다.

일본의 스시는 생선에 소금과 쌀로 발효 시켜서 만든 보존식 나레즈시(なれずし)에서 오시즈시(おしずし)로 발전, 점차 패스트 푸드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니기리 형태가 되었다. ‘에도마에즈시(江戶前ずし)’ 는 에도 후기에 정착되었다. 에도마에즈시의 특징은 숙성 스시라는 점이다. 당시 냉장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간장, 소금, 식초, 다시마 등으로 간을 한 숙성 스시를 만들어 사용한 것. 20세기에 들어서 냉동고가 보급되면서 활어, 선어 위주로 유통이 보편화됐고, 숙성 조리 과정을 거쳐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에도마에즈시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최근 일본에서 숙성 스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다시 에도마에즈시 붐이 일고 있다. 숙성 조리 과정에서 지방, 단백질의 조직이 분해되어 소화가 잘 되고, 감칠맛도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도쿄 아사쿠사(あさくさ)에는 에도마에즈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1903년에 창업한 기분즈시(紀文寿司), 아사쿠사 3초메에 자리한 스시 히사이치(鮨久いち), 1866 년 창업한 에도마에즈시의 고전 벤텐야마미야코즈시(弁天 山美家古寿司) 등이 대표적이다. 주방용품이나 조리도구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가가 모여 있는 아사쿠사의 갓파바시(合羽橋)와 도쿄의 어시장 풍경을 볼 수 있는 쓰키지 시장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권오준, 타쿠미 곤 오너 세프

섬 안의 섬, 오키나와 여행
Theme 5. Okinawa

© OC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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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오키나와의 여행지로 츄라우미 수족관과 슈리성이 있는 본섬만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본섬 외에도 16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47개의 섬에 주민들이 거주한다. 이 섬들이야말로 오키나와의 대자연과 특색 있는 풍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이시가키섬(石垣島)을 중심으로 한 야에야마 제도(八重 山諸島)와 미야코섬(宮古島)를 중심으로 한 미야코 제도 (宮古列島)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오키나와 대표적인 섬 여행지다. 모두 본섬의 나하공항에서 항공편으로 5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또한 미야코 제도까지는 하네다 공항과 간사이 공항, 후쿠오카 공항 등에서도 직항편이 운행한다.

야에야마 제도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이시가키섬을 비롯해서 맹그로브 숲이 울창한 이리오모테섬(西表島), 물소차를 타고 전통적인 거리를 산책할 수 있는 다케토미섬(竹富島) 등 11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섬 간의 거리가 가까워서 페리를 이용한 섬 투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섬은 이리오모테섬 북쪽의 무인도 바라스섬 (バラス島)이다. 이 섬은 태풍으로 인한 파도의 영향 때문에 형태가 매년 달라지는 것이 특징. 유명한 스노클링 스폿이기도 해서 색색의 열대어와 함께 수영할 수 있고 바다 거북이를 만날 확률도 높다. 미야코 제도는 미야코섬을 중심으로 주변 6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연평균 기온이 23.3도로 사계절 따뜻해 ‘스포츠의 섬’으로 유명하다.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과 함께 스노클링, 다이빙, 해양 스포츠 등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곳곳에 있다. 숙소의 종류도 다양해서 가족이나 그룹 단위로 묵을 수 있는 합리적 가격대의 리조트 호텔뿐 아니라 프라이빗한 빌라 타입의 고급 호텔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신자토 쇼타, 오키나와현 서울사무소 소장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
Theme 6. Movie &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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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고전적인 테마 중 하나다. 감동이 클수록 그 장소를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열망도 커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망가의 나라’ 일본에서는 애니 메이션의 배경지가 더해진다. 영화나 애니의 장면이 덧씌워진 장소는 한층 특별하게 느껴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에는 가고시마의 사쿠라섬이 나온다. 사쿠라섬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가끔 재가 날리며 작게 폭발하기도 하는 화산섬이다. 사쿠라섬은 가고시마의 상징이면서, 언제 화를 낼지 모르는 신의 모습처럼 보인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고시마와 후쿠오카에서 따로 떨어져 살게 된 가족. 다시 모여 사는 기적을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되어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고시마로 가는 여정을 따라가볼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또 다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는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다. 가마쿠라 막부의 역사 유적지와 경승지인 에노섬, 아름다운 해변이 어우러진 가마쿠라는 도쿄 사람들의 휴양지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세 자매는 오래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로 중학생인 이복 동생과 만나게 된다. 복잡한 사연을 뒤로 하고 네 자매는 조용한 바닷마을에서 일상을 나누며 진짜 한 가족이 되어 간다.

가마쿠라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실제 장소를 똑같이 그리는 것으로 유명해서 이곳을 찾으면 주인공이 다니던 고등학교, 에노섬, 철길 건널목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배경이 된 기후현의 히다 다카야마도 특별한 여행지로 꼽힌다. 특히 시라카와고는 눈이 쌓이지 않도록 가파른 지붕을 얹은 갓쇼즈쿠리(合 掌造り)라는 일본의 전통 주택 양식 덕분에 유명한 마을이다. 과거의 인습에 젖은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작품 속 주인공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관광객이 일본의 전통적인 전원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前)〈씨네21〉 기자

박영운, 비단길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