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온 사람들
제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카페 곁에 이야기. 로컬스 로케이션즈 프로젝트가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Local’s Locations in Jeju — 제주로 온 사람들
제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제주를 어떻게 해석할까? 박신우 사진가가 로컬스 로케이션즈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진행 · 영상 박신우
인터뷰 진행 이정선
영상 촬영 장승호
로컬스 로케이션즈 제주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로컬스 로케이션즈(local’s locations)’에서 볼 수 있다.



EP.1 카페 곁에 (김나희 · 양찬열)




제주의 작은 어촌에 카페를 열기까지 (김나희) 가게를 구하는데 총 1년 2개월 걸렸어요. 저희가 생각한 조건은 딱 세 가지였거든요. 아무래도 매입이니까 얼마 이상이면 안 되겠다, 저희도 무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주차장이랑 버스 정류장이 (가까이에) 꼭 있었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다른 분들은 여기서 오래 사셨을 테니까, 굳이 이 동네가 아니어도 어디든지,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집들끼리 간격이 다닥다닥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건 세 가지였는데, 유일하게 해당되는 곳이 여기였어요.


제주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 (양찬열) 8년 전일 거예요. 그때 제가 제일 좋았던 곳은 해병대길이라고, 지금 명칭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해병대길이 송악산 아래쪽이었던 것 같아요. 전 그 길이 너무 좋았던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 7킬로그램짜리 짐을 다 가지고 그 길을 걸었는데, 다 자갈,몽돌 자갈밭이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힘들 때 그 생각이 나요. 거기를 가고 싶다는 생각. 왜냐면 거기 힘들어서 아무도 안 오거든요. 그 길을. (김나희) 저는 아부오름 가는 거 좋아해요. 퇴근하고 나서 바로 가면, 요즘은 다들 많이 오는 곳이기는 한데, 퇴근하고 타이밍이 잘 맞으면 유일하게 저만 올라갔다 저만 내려올 때가 있거든요. 그 순간이 좀 좋더라고요.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좋고요.



제주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것 (김나희) 저는 일단은 내 남편이고요. 살면서 그런 사람 한 명은 있으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렇다고 안 다투진 않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라서 신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까 보셨던 고양이 동복이가 있어서 제주도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쟤 밥 주려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나오는 거거든요.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부부의 카페. 시즌에 맞춰 디저트 메뉴를 낸다
EP.2 백록초등학교 (박일상)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들과 가고 싶은 곳 서울 애들은 바다에 잘 못 가잖아요. 바다를 보지도 못하고. 근데 제주도엔 바다가 넓고 또 친구랑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 제 생각에는 바다밖에 없는 같고요. 제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바다인 것 같기도 하고. 바다에 들어가서 같이 물고기도 보고 또 같이 수영도 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 곳이 바다에요.
좋아하는 제주의 숲 어승생악이요. 제가 이렇게 하늘이 뚫려 있는 거 말고 나무가 이렇게 막아진 그늘 같은 곳을 좋아하고요, 또 새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을 좋아해요. 그리고 이렇게 나무가 많으면 옆에 공기도 좋고 또 벌레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어쩌면 노루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좋고. 오름을 올라가면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그쪽을 올라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걱정되는 것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배달 시키고 그러니까 쓰레기가 더 많아지고, 그것 때문에 바다에 쓰레기도 많이 버려지고. 마스크를 바닥에 버리고 그런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새가 날지 못하고, 끈에 묶여서. 재활용 그런 것도 잘하고, 바닥에 쓰레기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닥에 누가 껌 씹다 뱉은 거 제가 모르고 밟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진짜 되게 화났었어요.
외국인 친구에게 제주도를 소개하기 제주도는 내가 살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섬이야. 제주도에 왔을 때 먼저 구경하고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산, 오름, 바닷가, 숲 이렇게 네 가지가 있는데, 우리 제주도는 그렇게 좋은 곳이 네 곳이나 있어서 정말 환상적인 천국 같은 곳이야.
EP3. 밤수지맨드라미 (이의선)



우도에 책방은 열게 된 계기 (이의선) 제일 중요한 하나는 그거였어요. 저희가 어떤 장사? 뭐 이런 가게를 할 자신은 사실 진짜 없었거든요. 할 생각도 없었고. 하게 될 줄은 아예 생각도 안 했으니까. 그래서 가장 사람이 적게 올 것 같은 게 바로 책방이 아닐까. 대신에 ‘우리가 늘 가고 싶은 곳이 책방일 거야’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우도에 살면서 저희가 항상 가고 싶었던 곳이 책방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열자라고.



제주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것 (이의선) 살아보니깐 그런 것 같아요.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는 특히 제주에서도 우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게 많아요. 예를 들어서 택배처럼. 대개 하루면 오는 그런 것들을 기다릴 줄 알게 되고, ‘3일이 걸리고 4일이 걸려도 오면 오겠지’ 하는 그런 생각과 여유로움, 그런 마음을 잊고 있던 것 같아요.




우도를 잘 여행하는 법 (최영재) 하루 자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가 신안 쪽인가, 우이도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한번 가봤어요. 그 섬이 너무 궁금해서. 그때 기억이 되게 선명하거든요. 아무도 없어요, 그냥. 적막하고. 내가 진공상태에 포장된 느낌처럼. 그런데 거기에서 평화를 느꼈고, 좀 낯설지만 내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감정과 기분이, 우도에서 배가 떠나고 저녁이 되면서부터 느껴지더라고요. 우도에서는 그냥 2시간 오토바이 타고 한 바퀴 빙 도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또 오셔서 꼭 하루는 묵고 가셨으면 좋겠고, 걷다가 오토바이 타다가 책방 보이면 들어와서 책도 보고 가는 거죠, 인사도 하고. 그럼 또 다음에 오면 책방 들르고 그러면 되는 거죠. 주무시고 가시라.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우도 유일의 책방으로, 작은 카페도 겸한다.
EP.4 여름문구사 (이지언)


제주도에 온 계기 2010년도에 한창 올레길이 유행이었어요. 당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시험 끝나고 여행을 왔어요. 처음에 갔던 게스트하우스가 세화였는데, 거기 있던 분이 스텝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어요. 저는 “이건 기회다” 이래가지고 “엄마 나 (집에) 안 가!” 처음에 한 달, 두 달을 살게 됐어요. 그때가 2010년 6월이었는데 그때가 진짜 좋은 계절이잖아요. 덥지도 않고, 너무 좋았죠. 거기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면서 더 안 돌아간다고, 하다가 연애도 하고 제주도도 너무 좋고, 그러다 보니까 어찌저찌 10년째 살고 있어요.
세화에서 가장 좋아 하는 풍경 세화 오일장이지 않을까. 오일장이 바다 앞에서 열리기도 하고. 바다 앞에서 열리는 오일장은 잘 없지 않나요? 바다 바로 앞에서. 오일장 초입에 분식집이 있어요. 거기 아저씨가 약간 오일장의 마스코트 같은 느낌인데, 거기도 너무 좋고. 가면 꼭 동네 사람 한 명은 만나요. 예전에 아침에 운동을 하고 “오늘 오일장이네” 하면서 오일장에 갔는데, 현금이 다 없는 거예요. 근데 “우리 가면 누구 하나 만날 것 같지 않냐? 만나는 사람한테 빌리자”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딱 아는 사람 있어서, 현금을 빌려서 호떡 사 먹고 국수 사 먹고…. 만남의 장이기도 하면서 그 풍경이 세화스러운 것 같아요.



여름문구사를 연 이유 여기가 30년 동안 농약사였는데, 딱 마침 세가 나와서 여기를 우선 빌렸어요. 뭘 할지는 몰랐지만. 저는 음식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좋아하는 소품류를 한번 판매해보자. 문구사 가는 걸 원래 되게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다 큰 어른이 문구사를 가면 문구사 주인 분이 “쟤 뭐야” 약간 이런 시선으로 볼 때가 있어요. 여유 있게 다 뒤져서 보고 싶은데. 그래서 어른도 당당하게 오래오래 볼 수 있는 문구사를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에 문구사를 하게 됐죠.
요즘 문구사에 잘 오지 않는 동네 아이들에게 동네 어린이 친구들아. 너희 요새 왜 안 오니? 새로 생긴 다이소가 그리 좋더냐?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안 가니 안 오는 거니? 이모의 SNS 1만 팔로워들이 너희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기대하고 있는데, 너희가 오지 않아서 이모의 팔로워 수가 줄고 있다. 어떻게 모은 1만 팔로워인데. 너희들이 나를 부흥시켜 놓고 안 와주니 이모는 쇠퇴해 간다. 맥주 사탕 준비해 놓을게. 인스타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제발 와주라. 심심해.
농약사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는 문구사. 학생도 어른도 스스럼없이 방문해 문구를 탐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