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가스트로 투어
해설사와 함께 도심의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제천 가스트로 투어는 제대로 된 미식 투어를 경험하게 해준다.
Gastro Tour in Jecheon — 제천 가스트로 투어
국내에 미식으로 유명한 도시는 많지만, 제대로 된 미식 투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의외로 거의 없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설사와 함께 도심의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음식도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해보자.
글 표영소
일러스트레이션 김은빈
제천시가 약선 음식이라는 고유의 음식 문화를 테마로 선보인 ‘도심형 도보 음식 여행’.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약선음식거리 일대의 음식점을 방문해 제천의 다양한 미식을 조금씩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A코스 (황기닭갈비-약선소불고기-막국수-샌드위치와 음료-빨간오뎅)와 B코스(대파돼지불고기-찹쌀떡-하얀민들레밥-스페셜티 커피-빨간오뎅) 로 나뉘는데, 이번 기사를 위해 그중 B코스를 체험했다. 약 2시간 소요, A코스 1만8,000원, B코스 1만4,000원, citytour.jecheon.go.kr
찹쌀떡
AMUSE-BOUCHE

제천을 방문한 이들의 손에 빠지지 않고 들려가는 것, 바로 덩실분식 찹쌀떡이다. 1965년부터 한자리를 지킨 덩실분식 앞에는 일년 내내 긴 줄이 늘어선다. 주인이 어머니에서 아들로 바뀐 55년의 세월 동안 지붕의 기와하며 입구에 덧댄 철문하며 조금씩 손을 본 흔적은 있지만, 간판과 나무 창틀 등 구석구석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외관은 이름처럼 정감 넘친다.
오전 10시. 덩실분식에서 가스트로 투어의 스타트를 끊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지만, 매장 밖까지 이어진 대기줄에 합류하자 마자 매장 직원이 ‘오전 찹쌀떡 마감’을 알린다. 매장 뒤편 공장에서는 오후 판매를 위해 새로 찌고 있는 찹쌀 냄새가 김에 섞여 모락모락 새어 나온다. 운 좋게 받아 든 찹쌀떡 하나를 한 입 베어 문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팥 본연의 은은한 단맛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혀를 단번에 사로잡는 자극은 없지만 두고두고 생각 날 정석의 맛이다.
덩실분식은 찹쌀떡에 들어가는 재료 준비부터 전 과정에 손이 간다. 찹쌀과 팥은 100퍼센트 국내산을 사용한다. 직접 찹쌀을 쪄 떡 반죽을 하고 5시간 삶아낸 팥으로 소를 만드는데, 방부제를 일절 넣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고 찹쌀 고유의 성질대로 쉬 굳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도 포장하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지 않은 찹쌀떡은 절대 내지 않을 만큼 사소한 원칙도 철저히 지킨다. 이처럼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고집이야 말로 덩실분식 찹쌀떡의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비법일 것이다. 여기에 정복순 해설사의 말이 마침표를 찍는다. “긴 세월 많은 사람의 행운을 빌어준 집이라 이렇게 한결같이 잘 되는 게 아닐까요?”
덩실분식 / 충북 제천시 독순로6길 5 / 8:30~재료 소진 시 마감, 14:00~재료 소진 시 마감
대파돼지불고기
APPETIZER

숯불에 구운 고추장 양념 돼지불고기. 그 맛을 상상하는 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화덕초 대파불고기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음식인 불고기에 대파를 더했다. 대파는 지방 성분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특히 육류와의 궁합이 좋은 식자재. 열을 가하면 단맛이 베어 나와 음식 맛을 한층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이내 시선이 입구 한쪽에 설치된 아담한 화덕에 머문다. 불 앞에서 서서 고기를 굽고 있는 이는 채승윤 대표. 4년 전 화덕초 대파불고기를 시작한 이래 이 집의 숯불구이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고기 집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을 뿐 아니라, 석쇠 관리도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석쇠를 숯불의 남은 열로 태운 뒤 털어서 사용한다고. 숯불구이 베테랑이 구운 돼지불고기는 파채가 깔린 돌판 위에 얹어 나오는데, 덕분에 굽는 수고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화덕 숯불에 구워 기름기는 쏙 빼고 불맛을 살린 돼지불고기는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 손색없다. 살짝 강하게 느껴지는 매콤한 양념은 제천 음식의 특징 중 하나다. 평균 고도가 260미터에 이르는 제천은 ‘제베리아(제천+시베리아)’라 불릴 만큼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추운 지역이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예부터 맵고 칼칼한 음식이 발달한 것. 불고기양념에는 제천 특산물 중 하나인 황기가 들어간다. 그렇다고 강한 한약 냄새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에 약재나 약초를 적절히 가미해 은은한 향을 더하고 건강을 챙긴 것이 제천의 약선음식이니까.
화덕초 대파불고기 / 충북 제천시 독순로11길 3 / 11:30~24:00
“2016년 제천시에서 제천의 약선 음식을 테마로 약채락(藥菜樂) 브랜드를 처음 런칭했습니다.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면 즐겁다’ 는 뜻이죠. 중앙동 일대에는 약선음식거리를 조성했고요. 기존의 음식거리를 재정비하고 제천의 미식을 보다 잘 알리기 위해 기획한 것이 바로 가스트로 투어입니다. 최근에는 제천의 맛집 30여 곳을 선정해 함께 홍보하고 있어요.”
— 이정희 제천시 미식마케팅 팀장
하얀민들레밥
MAIN

가스트로 투어에 맞춰 1인분을 2인이 나눠먹을 수 있도록 차려진 밥상인데, 테이블이 빈틈없이 꽉 찼다. 솥밥과 된장찌개부터 양념장을 포함한 10여 가지의 밑반찬까지. 이렇게 푸짐하게 차려주면 식당에 남는 몫이 있을지 걱정부터 될 정도다. 마당갈비의 하얀민들레밥이 오늘의 메인 메뉴. 여태 민들레를 먹어본 적도 없지만, 하얀민들레는 더 낯설다. 해발 4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하얀민들레는 간에 좋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토종 약초다. 제천 토박이 부부가 운영하는 마당갈비에선 민들레 뿌리 삶은 물을 밥물로 사용하고, 쌀 위에 제천 백운면에서 재배한 하얀민들레 잎을 깐 뒤 감자, 고구마, 표고버섯, 은행, 대추, 각종 콩류를 한가득 올려 솥밥을 짓는다. 밥에 들어간 하얀민들레 맛은? 입안 가득 퍼지는 쌉쌀한 향이 곤드레와 비슷하다.
밥도 밥이지만, 이곳의 진가는 그날 그날 식자재에 따라 달라지는 밑반찬에서 빛을 발한다. 장아찌, 김치 등 평범한 구성인데, 오래전부터 제천에서 음식 솜씨 좋기로 유명했다는 주인장의 손맛을 찬 하나하나마다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담근 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와 양념장도 별미. 엄마가 해준 것 같은 정성스러운 맛 때문인지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접시가 비기 전까지는 쉽게 젓가락을 내려놓기 힘들다. 솥밥에 물을 넣어 불린 누룽지까지 후루룩 마시고 나면, 귀한 집밥을 대접받은 기분이라 감사의 인사가 저절로 우러나올 지도 모른다.
마당갈비 / 충북 제천시 숭문로10길 11 / 11:00~21:00
“제천은 조선시대부터 대구, 전주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약령시장 중 한 곳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제천은 경상북도, 충정북도 그리고 소백산과 치악산 등 강원도 산악 지방에서 채취한 한약재가 모이던 곳입니다. 이 약재는 다시 남한강 줄기를 타고 한양으로 운반되었죠. 그러다 보니 제천에서는 약재가 흔한 식자재였고, 자연스럽게 제천 음식에 녹아들어 약선 음식으로 발전했어요. 제천의 가스트로 투어 역시 이러한 배경을 갖고 탄생한 셈이죠.”
— 정복순 문화관광해설사

이른 오전부터 세 코스를 달렸으니, 커피가 딱 생각날 타이밍이다. 가스트로 투어 B코스에는 로스팅 카페 관계의 미학에서의 커피 한 잔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새로운 장소로 이전을 준비 중이라 A코스에 속한 샌드 타임으로 간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제천 사람들이 단골을 자처하는 오래된 샌드위치 가게다. 제천노인복지관 맞은편에 위치해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안에서는 이를 증명하듯 교복 입은 중고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풍경이 외지인을 반긴다. 오늘은 커피만 포함된 코스라 애꿎은 샌드위치 메뉴판만 들여다보며 무심히 커피를 홀짝이는데, 곁들이라며 내어준 잼 바른 토스트에 한 조각에 그만 감동한다.
원래 B코스에 포함된 관계의 미학은 제천의 로스팅 카페 중 하나다. 7년간 전국 각지의 커피를 찾아다니며 독학으로 커피를 공부한 제천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와 시작한 곳. 샌드타임 근처, 테이블 2개와 로스팅 기계, 커피 관련 서적이 전부인 단촐한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여 입소문을 탄 덕분인지 최근 좀 더 널찍한 장소를 찾아 이전을 앞두고 있다. 도심의 오래된 여인숙을 카페로 개조해 문을 열 예정이라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관계의미학 / 충북 제천시 숭문로 16길 14
샌드 타임 / 충북 제천시 독순로 64 / 10:00~22:00
커피와 산책하기 샌드 커피에서 길을 건너면 아후봉 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제천에 북두칠성 모양으로 자리한 일곱 개의 봉우리 ‘칠성봉’ 중 하나로, 정자와 쉼터가 마련된 중앙공원이 자리해 제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빨간오뎅
DESSERT

언제부턴가 제천하면 ‘빨간오뎅’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현지인이 즐겨 먹던 길거리 음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데에는 올해로 16회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힘이 컸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온 방문객이 극장 인근에서 파는 빨간오뎅을 맛보면서 제천의 명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
빨간오뎅 역시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겨울을 견디던 제천의 전통 식문화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흔히 먹는 사각 어묵을 꼬치에 끼워 고추장 양념에 자작하게 졸인 뒤 송송 썬 파를 얹은 음식. 빨간오뎅은 작년 겨울 제천시가 처음으로 선보인 ‘핫앤스파이시 푸드페스티벌’에서 매운돼지갈비찜, 핫불고기, 불닭치킨 등과 함께 한 자리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빨간오뎅 빨리 먹기를 겨루는 ‘빨간오뎅 푸드파이트 대회’도 열렸다.
오늘날 제천에서 빨간오뎅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약 15곳, 그중 전통시장이 모여 있는 도심 일대에 7곳이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토전통시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외갓집이다. 1970년대 처음 형성된 내토전통시장은 지금도 여전히 활기 넘치는데, 외갓집 앞은 특히 더 그렇다. 어묵판 주위의 인파를 뚫고 자리를 잡으니 주인이 어묵을 건져 양념 국물을 한 번 떠 끼얹고 파를 뿌려 건넨다. 적당히 매운 양념이 어묵에 감칠맛을 더해 묘하게 중독적인 맛이다(이 양념에도 당연히 황기가 들어간다!). 제천 사람이 타지에 머무르다 돌아오면 가장 먼저 찾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빨간오뎅 외에도 물오뎅이라 부르는 일반 어묵과 어묵 튀김을 포함한 각종 튀김을 맛볼 수 있다.
외갓집 / 충북 제천시 풍양로17길 7 / 9:00~19:00
A코스 엿보기 :
상동막국수 - 국수 못지 않게 감초와 계피, 과일을 넣어 따로 끓인 면수로 유명한 곳. 비빔막국수가 기본이고 면수가 딸려 나온다. 충북 제천시 풍양로9길 11-1.
대장금식당 - 푸짐한 상차림과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이름값을 하는 곳. 가스트로 투어에는 국물 맛이 끝내주는 소불고기가 포함돼 있다. 충북 제천시 풍양로11길 10
교동민화마을

제천향교 앞 오래된 마을이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예술가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공방 민화 작가와 청소년 동아리 꿈장이 협업해 낡은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도자기, 판화, 민화,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하나 둘 마을에 터를 잡고 공방을 운영한다. 좁은 골목을 따라 그려진 그림은 집집마다 주인의 취향이 담겨 있어 스토리를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다.
주소 : 충북 제천시 용두천로20길 18
홈페이지 : jecheonfolk.modoo.at
삼한의 초록길 자전거 체험센터

제천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산책로 중 하나인 삼한의 초록길에 지난 6월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들어섰다. 신분증만 있으면 1시간 동안 누구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친환경 농업단지로 조성된 의림지뜰을 끼고 왕복 약 2킬로미터 길이의 자전거길을 달리는데, 중간중간 멈춰 서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자전거 체험 센터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운영 예정이다.
운영시간 : 10:00~19:00
주소 : 충북 제천시 창전동 398-1.
안녕, 책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미당리. 이경신 대표가 운영하는 안녕, 책은 제천 사람들에게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문을 연 동네 서점이다. 하얀색 아담한 건물로 들어서면 다양한 연령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도서, 지류에 한정된 소품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제천시립도서관과 연계해 신간도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소 : 충북 제천시 용두대로 36길 21
인스타그램 : salut_books
달빛정원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천 시내 한복판에 인공 수로와 폭포가 등장했다. 10여 년 전부터 차량 진입을 막고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 일대가 도심 속 휴식처로 업그레이드된 것. 영월 주천강에서 끌어온 물이 흐르는 수로를 따라 다양한 수생식물과 인터렉티브 조명, LED 스크린이 설치됐고, ‘달빛정원’이라는 이름처럼 해가 진 뒤에는 색색의 조명이 불을 밝혀 볼거리를 더한다.
주소 : 충북 제천시 중앙로1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