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들려온 이야기
사진가 한성필의 사진 속 남극의 섬에 박힌 잔재의 풍경에는 여행자를 매혹하는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Stories From Antarctica - Scape — 남극에서 들려온 이야기
여행을 숙명처럼 달고 다니는 사진가 한성필은 '파사드' 시리즈로 주목받는 작가의 대열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그는 극지방에 남은 고래잡이와 석탄 채굴의 유물을 찾아 기록해왔다. 사진 속 남극의 섬에 박힌 잔재의 풍경에는 여행자를 매혹하는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사진 한성필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디셉션 아일랜드
Deception Island, South Georgia




1912년, 노르웨이 고래잡이 회사는 디셉션 아일랜드의 웨일러스 베이(고래잡이들의 만)에 헥토르(Hector)라는 해안 포경기지를 건설하였고 전성기에는 150여 명의 일꾼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14만 배럴이 넘는 고래기름을 생산했다. 그러나 1931년, 고래기름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포경기지의 산업은 막을 내린다. 1944년, 과거 헥토르 포경기지에는 영국의 남극과학기지가 들어섰지만, 1967년부터 1970년 사이 발생한 화산 폭발 때문에 화산재로 뒤덮여 폐허로 남았다.
사우스조지아, 그리트비켄
Grytviken, South Georgia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증기선과 폭약 작살, 폭약 등의 신식 무기가 포경산업에 등장하면서 향유고래, 흰수염고래, 혹등고래 등이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 특히 폭약 작살은 고래의 몸에 박힌 후 부착된 폭약을 몸속에서 폭발시켜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증기선은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던 기존의 범선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더 멀리 운항할 수 있었다.
1928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건조한 포경선 페트렐(Petrel)은 함교와 통로를 연결시켜 폭약작살을 장착한 245톤급의 증기선으로, 남극해에서 고래를 잡다가 고래 개체수 감소 때문에 1957년부터 남극해의 물개사냥으로 목적이 바뀌었다.
1904년 12월에 설립된 첫 번째 남극 포경기지인 그리트비켄은 스웨덴어로 ‘솥단지’를 뜻한다. 이 포경기지는 첫해에 195마리의 고래를 포획해 성공적인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그 당시 성수기에는 이곳에서 300여 명의 일꾼이 분주히 일했다. 이후 60여 년간 고래의 남획으로 점차 고래의 수가 감소했고, 마침내 1966년 12월에 그리트비켄 남극 포경기지는 문을 닫는다. 포경선 페트렐은 용도를 다하고 그리트비켄에 폐선으로 남아 있다.
사우스조지아, 스트롬니스
Stromness, South Georgia



이곳에서 처음 고래잡이로 정착한 이는 영국 오크니의 스트롬니스 출신으로, 자신의 마을을 따서 이 포경기지의 이름을 지었다. 1907년, 스트롬니스에서 처음에는 유동 포경 공장선을 정박하는 용도로 고래잡이 관련 산업을 시작했으며 1912년에 마침내 해안 포경기지를 건설했다. 기지는 1931년 선박 수리소로 용도가 전환되어 1961년까지 사용되다가 이후 폐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