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 혹은, 낭만적 요새 도시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빛 파도가 성벽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하늘은 서서히 노을로 물들어갈 때,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는 여행자의 마음을 훔친다.

글·사진 허태우
취재 협조 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전경
© 허태우

필레 게이트(Pile Gate) 주변은 아침부터 혼잡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광버스와 우버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내려주고, 전 세계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은 두브로브니크 성벽(Walls of Dubrovnik)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니까. 게이트 앞 브르살리에 광장(Brsalje Square)의 플라타너스는 이 광경이 익숙한 듯싶다. 방문객 수만큼 많은 나뭇잎을 흔들어 내리쬐는 햇살을 가볍게 흩트린다. 두브로브니크의 어원을 찾아보면 ‘참나무 숲의 도시’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 모습일 테다. 이제
구시가를 둘러싼 주된 풍경은 굳건한 석회암 성벽과 성채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물결이다.
달마티아 지역 남쪽의 두브로브니크는 예부터 발칸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아드리아해의 무역 거점이었다. 발칸 내륙에서
생산된 은, 밀랍 등이 이곳을 거쳐 바닷길로 이탈리아에 들어갔고, 서유럽의 직물과 공예품은 동쪽으로 유통됐다. 발칸의 슬라브인은 두브로브니크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이탈리아인은 라구사(Ragusa)라고 불렀다. 1358년, 베네치아로부터 독립한 라구사 공화국은 지중해 무역이 활황이던 15~16세기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작은 나라의 영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667년의 대지진으로 도심 대부분이 파괴되어 침체기를 겪었으며, 지중해 무역의 쇠퇴와 나폴레옹의 정복, 그 후 세계대전과 혁명의 혼란을 거쳐 라구사는 역사책의 몇 페이지로만 남게 되었다.

구시가의 군둘리치 광장 아침 시장
© 허태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에서는 현지인의 일상이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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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매력을 가장 잘 흡수하는 방법은 온종일 두 발로 걸어 헤매는 것이다(일반 차량이 진입할 수 없기에 대안도 없지만). 필레 게이트로 들어서자마자 중심가 스트라둔(Stradun) 양옆으로는 바로크, 르네상스, 고딕 양식의
건물과 좁은 골목, 붉은 지붕이 무대처럼 펼쳐진다. 대지진과 1991년 독립전쟁의 포격도 버텨낸 성벽은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궁전과 성당 등은 세심하게 복원되어 과거를 충실히 재현한다. 크루즈를 포함한 단체 여행객이 몰려드는 오전 10시부터 이른 오후까지는 구시가의 피크 타임이다. 거리와 성벽마다 줄을 잇는 인파가 전 세계적 명소의 위상을 증명한다. 성벽에서 가장 높은 민체타 요새(Minčeta Tower)에서 내려다보는 두브로브니크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닌가 싶다. 성벽 안에는 약 1,500명의 주민이 거주하지만, 2025년 기준 연간 방문객이 250만 명이 넘으니 말이다. 그 틈새에서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찍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반면, 번잡스러움을 잊고 역사 그 자체를 탐닉해볼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한다. 프란체스코 수도원 교회(Franciscan Monastery and Church)의 회랑이나 렉터 궁전(Rector’s Palace)의 안뜰,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Cathedral of the Assumption of the Virgin Mary)의 제단처럼 수백 년간의 고요가 스며든 자리들이 그렇다.

프란체스코 수도원 교회
© 허태우
성 이냐시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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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 수도원 교회는 7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다. 수도사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기물과 귀족의 유물을 전시하며, 수도원 내 말라 브라차 약국(Ljekarna Mala Braća)은 1317년에 개원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중 하나다. 라구사 공화국 총독의 관저이자 집무실이었던 렉터 궁전은 오늘날에는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역사적 유물 2만여 점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건물 안에는 방과 지하 감옥, 재판소 등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성모 마리아 승천 대성당은 12세기에 지은 성당을 1713년 로만 바로크 양식으로 복원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종교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특히 중앙 제단 뒤편의 대형 제단화는 티치아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문득 두브로브니크에서 발견하는 사소한 순간의 기쁨도 찬양할 만하다. 군둘리치 광장(Gundulić Square)의 작은 로컬 마켓에는 가판이 열리고, 놀이터와 농구 코트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이 들린다. 성벽을 걷다 고개를 돌리면 아담한 가정집의 창밖에서 빨래가 펄럭이고 있다. 이렇게 역사의 증거 속에서 호흡하듯 흐르는 삶이야말로 여행자가 느껴야 할 두브로브니크의 진심 아닐까. 관광객이 빠져나간 늦은 오후에는 스트라둔은 물론 성벽 너머 서쪽의 로브리예낙 요새(Fort
Lovrijenac)도 한산해진다. 15세기에 완공된 로브리예낙 요새는 베네치아 공화국에 맞서 도시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해발 약 37m 높이의 절벽 위에 자리해 아드리아해와 두브로브니크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때에 맞춰 아드리아해를 상징하는 노을을 찾아 요새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짙푸른 바다에 붉은빛을 드리운 석양을 보며, 간지러운 바닷바람을 맞는 여유가 두브로브니크에서의 기억을 완성해줄 터다.

볼 곳

스르지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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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지산 전망대 Srđ Mountain
두브로브니크 케이블카를 타고 5분 만에 스르지산의 전망대에 오르면 구시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 인근 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은 시원하면서도 낭만적이다. 전망대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도 들어서 있다.
+왕복 티켓 성인 30유로, dubrovnikcablecar.com

해 질 무렵의 단체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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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해변 Danče Beach
구시가에서 벗어나 서쪽으로 약 15분 쯤 걸어가야 찾을 수 있는 바위 해변. 두브로브니크 거주자 전용 주차장에서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찾을 수 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자주 찾는 곳으로, 바다 수영과 다이빙을 즐기기에 좋다. 해변 주변에는 작고 오래된 수도원과 묘지, 산책로가 있고, 해 질 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먹을 곳

마랑군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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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랑군 Marangun
구시가지 서쪽의 라파드(Lapad) 지구에 위치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달마티아의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요리를 내며,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련된 공간에서 직원들이 능숙한 움직임으로 응대한다. 전통 화덕 스타일로 문어를 구워 풍미를 살린 옥토퍼스 페카(Octopus Peka), 오랜 시간 소 볼살을 부드럽게 졸여낸 옥스 칙스(Ox Cheeks)를 추천한다.
+옥토퍼스 페카 39.5유로, 옥스 칙스 31.8유로, marangun_dubrovnik

로컬의 페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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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Local
구시가 좁은 골목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로컬은 달마티아 전통 페카 요리 전문점이다. 페카는 철제 종 모양의 뚜껑에 고기나 해산물, 감자, 채소를 올리고 화덕에서 약 3시간 동안 조리하는데, 크로아티아에서는 손님을 가장 환대하는 요리로 여긴다. 한번 먹어 보면, 푸짐하고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로컬은 식사 시간을 마치 일종의 파티처럼 구성했다. 주인장이 페카의 역사부터 조리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흥겨운 전통 음악도 들려준다. 현지 식자재를 활용한 빵과 디저트, 웰컴 드링크, 프로슈토 등도 인상적이다.  
+와인 포함 페카 요리 1인 코스 120유로, dubrovnikeatwithlocals.com

코푼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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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푼 Kopun

구시가지의 명소 중 하나인 성 이냐시오 성당(St. Ignatius Church) 앞의 보슈코비치 광장(Bošković Square)에
자리 잡은 비스트로.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예수회 계단과 성당을 바라보는 야외석에서 산뜻하게 점심을 즐겨보자. 전통 수탉을 뜻하는 카폰(capon)과 송아지 요리가 인기. 시기별 와인 페어링 메뉴도 구비하고 있다.
+3코스 와인 페어링 육류 메뉴 50~70유로, @kopundbk

머물 곳

호텔 레로의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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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레로
1972년에 개관한 4성급 호텔로, 현대적인 객실과 야외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시가와 해변 모두 접근이 편리해 두브로브니크 관광의 거점으로 삼기에 적합하다.
+120유로부터, hotel-lero.hr